혼자 디자인하고 모델도...섹시하고 관능적인 생활한복 ‘시옷프로젝트’ 최신혜

입력 2017-06-14 17:02  


[꼴Q열전] 



△ 사진=김기남 기자


[캠퍼스 잡앤조이=박해나 기자] 정숙하고 단아한 한복은 잊어라. 섹시하고 관능적인 생활한복이 세상에 등장했으니. 화려한 패턴에 파격적인 디자인, 여기에 세탁기에 마구 돌려도 끄떡없는 튼튼한 소재까지. 스물셋 최신혜 씨가 만든 생활한복 브랜드 ‘시옷프로젝트’는 한복에 대한 편견을 완전히 깨버린다. 

최신혜(23) 씨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옷을 만들어 입었다. 함께 어울리는 친구 중 한 명이 직접 옷을 만드는 재주가 있었는데, 그 모습이 그렇게 멋져 보일 수가 없었다. 집착적인 깔맞춤(상의가 빨강이면 하의도 빨강을 고집할 정도)을 자랑하던 자칭 패셔니스타였던 그녀는 ‘내가 만든 옷’, ‘세상에 하나뿐인 옷’을 갖고 싶어 직접 손바느질로 옷을 만들었다. 친구 따라 강남 대신 동대문도 따라가 태어나 처음으로 옷 시장도 구경했다. 



사진=유민우

편입 실패로 자존감 바닥, 교회 오빠와 함께 ‘옥상 프로젝트’ 시작

“동대문 시장의 모습을 보고는 심장이 두근거렸어요. 수많은 액세서리를 구경하는 것도 천 냄새를 맡는 것도 신났죠.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좋았고요. 그때부터 패션 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됐고, 전문고등학교 패션디자인과에 진학하고 대학도 관련 학과로 가게 됐어요.”

 

2014년 인하공전 패션디자인과를 졸업한 그녀는 취업 대신 편입을 결심했다. 당장 현업으로 뛰어들기보다는 학교에서 좀 더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마음만 먹었지 남들처럼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던 탓에 최 씨는 편입에 실패했다. 남들은 다 예상했으나 본인만 예상치 못했던 전개였다. 편입 실패 후 바닥으로 떨어진 최 씨의 자존감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그때 그녀에게 손을 내밀어 준 이가 있었으니, 어릴 적부터 알고 지냈던 교회 오빠였다. 



사진=유민우

“고등학교 때부터 이런 저런 조언을 해 준 스승 같은 교회 오빠가 있었는데, 제가 백수라는 것을 알고는 ‘뭐 하나 같이 하자’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7명이 모여 일명 ‘옥상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각자가 자신의 꿈, 목표를 말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거였죠. 저는 ‘디자인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을 목표로 했고, 다른 사람들 모두 각각 ‘시트콤 제작하기’, ‘라디오 프로그램 만들기’, ‘토크쇼 진행하기’ 등의 꿈을 정했어요.” 

옥상의 작은 컨테이너에 모인 7명은 서로의 꿈을 끊임없이 응원하는 후원자 겸 스탭이 됐다. 최 씨의 패션쇼를 위한 모델이 되어 주었고, 각자의 재능을 공유하며 서로가 발전할 수 있게끔 힘이 되어 주었다. 최 씨는 무엇보다 서로의 꿈을 응원하고 돕다보니 별별 경험을 다 해볼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 설명했다. 실제로 그녀는 옥상프로젝트에 함께 하며 연기, MC, 모델, 기획자 등 다양한 역할을 경험할 수 있었다. 

“시트콤 제작이 꿈인 친구를 위해 직접 생활연기를 펼쳤어요. 옥상프로젝트의 좋은 점은 서로를 도우면서 자신의 숨겨진 재능을 찾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자신에게 절대 안 맞는 일이 뭔지도 찾을 수 있다는 거죠. 저는 연기는 아니더라고요.(웃음) 토크쇼의 MC를 위해 스피치도 배우게 됐고, 각종 행사를 준비하며 기획력도 키울 수 있었어요. 그때 당시 7명의 멤버들이 각각 프로필 촬영을 했는데, 처음 카메라 앞에 서면서 모델 활동이 저에게 잘 맞는다는 것도 찾을 수 있었죠.” 



△ 사진=김혜정

과감하고 파격적인 생활한복 ‘시옷프로젝트’를 만들다

옥상프로젝트를 하며 자존감을 회복한 최 씨는 심기일전해 모 커튼 회사에 디자이너로 취직했다. 하지만 말만 디자이너지 주어진 업무는 막노동뿐이었고, 결국 한달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나왔다. 한달치 월급으로 뭘 할까 고민하던 그녀는 진짜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브랜드 론칭’을 결심했다. 

아이템은 ‘생활한복’으로 골랐다. 사실 한복에 대해 제대로 공부한 적도, 큰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당시 생활한복이 막 떠오르던 시기였고 어렵고 불편한 한복을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입을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가 굉장히 의미있게 다가왔다. 디자인을 통해 ‘소통’을 꿈꾸던 그녀의 생각과도 일맥상통한다고 느꼈다. 

“처음에는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생각보다도 하나의 프로젝트식으로 진행해보려 했어요. 그래서 이름도 ‘시옷프로젝트’라고 지었던 거죠. 시옷(ㅅ)이 사람 ‘인(人)’과 많이 닮았잖아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것이 나의 디자인이면 좋겠고, 그 사람들을 통해 나의 옷이 에너지를 받으면 좋겠다는 의미로 이름을 지었죠. 올 초 리브랜딩을 하며 이름을 바꿀까도 생각했는데 그대로 두기로 했어요. 그때 가졌던 가볍지만 열정적이고 즉흥적인 에너지를 잃고 싶지 않아서요.” 



△ 사진=나재진

‘시옷프로젝트’의 생활한복은 과감하고 파격적인 디자인이 돋보인다. 얼핏 봐서는 ‘한복’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다. 화려한 패턴이나 컬러를 사용해 단아하거나 수수한 느낌보다는 섹시하고 관능적인 느낌을 연출한다. 소재도 일반 한복과 전혀 다르다. ‘일상복은 무조건 세탁이 쉬어야한다’는 철학 아래 최 씨는 세탁기에 넣고 부담 없이 빨아 입을 수 있는 소재로만 옷을 만들고 있다.  

브랜드의 디자이너가 직접 모델로 나서는 경우도 흔치 않은데, 최 씨는 자신이 만든 옷을 입고 직접 모델로 나선다. 어릴 적부터 유명 모델 ‘장윤주’를 닮았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다던 그녀는 일부러 모델의 포즈를 따라하는 연습을 재미삼아 하곤 했는데, 모델 활동을 하며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특히 옥상 프로젝트를 하면 인연을 맺은 사진작가들이 흔쾌히 시옷프로젝트의 룩북 촬영을 도맡아 도와줘 남다른 퀄리티의 화보도 완성할 수 있었다. 

시옷프로젝트는 블로그를 통해 주문을 받고 있으며, 20대 초반이 주 고객층이다. 처음에는 주문량이 많지 않아 최 씨 혼자서 작업을 했는데, 주문량이 늘어나며 부모님께 미싱을 가르쳐드리고는 두 분의 노동력을 활용하고 있다. 

“사실 처음에는 완전 망했다고 생각했죠. 첫 월급 다 털어 옷을 만들었는데 주문이 하나도 없었거든요. 내가 좋아하는 것과 대중이 좋아하는 디자인 사이의 접점을 찾는 것이 필요했어요. 다음 신작을 내 놓을 돈을 벌기 위해 쇼핑몰 MD로 1년간 근무했고, 그 사이에 간간히 신작을 선보였죠. 다행히 조금씩 주문량이 늘었고, 이제는 시옷프로젝트에만 집중하고 있어요. 수입이 많지는 않지만 적자는 나지 않을 정도로 유지 되고 있죠.” 



△사진=김영진 (blueming garden)

사업을 시작하며 ‘3년은 살아남자’는 목표를 가졌다는 최 씨. 이제 약속한 3년이 되기까지 그녀에게 남은 시간은 1년이다. 

“나름의 성과가 있다고 생각해요. 점점 주문도 많아지고요. 생각했던 성공에 80%는 왔다고 생각해요. 작업실도 생기고 적자도 아니고 조금씩 인지도도 쌓이고 있잖아요. 이렇게만 하면 3년 내 성공은 문제 없겠죠?” 

phn09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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